yoon/일상

개발자가 되기까지.. with F-Lab

yoon-jj 2021. 10. 14. 20:36

현재 회사는 3개월의 수습기간이 있기 때문에 3개월이 지난 후에 글을 작성할까 생각했었지만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기도 하고..
요새 초심을 잃어 베짱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기 위해 했던 다짐들을 되짚어볼 겸 F-Lab 수강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을 써봅니다.
혹시라도 수습기간 중에 잘리면 어쩌지 싶은 생각은 있지만 그러면 회사 잘린 후기도 따로 써야지 뭐..

잡담이 많기 때문에 혹시나 F-Lab 수강 후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2~3번만 봐도 됩니다.


0. 시작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안경사로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안경사로 2년 정도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병원의 하루를 보내던 중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다시는 안경사로 일하지 않겠다. 는 결심으로 퇴사를 하게 됩니다.
(안경원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으나 거기도 딱히....)

버티고 버티다 퇴사 후 남은 것은 깨진 멘탈 뿐

2년간 일한 후 남은 것은 적금통장과 시간뿐이었습니다.
퇴사 후 내일 배움 카드로 베이킹 학원을 등록하고 3개월간 재미있게 빵을 만들며 다녔지만 하면 할수록 어디까지나 이건 취미지 일이 될 수 없단 생각이 들어 다시 새로운 직종을 찾아보러 다닙니다.

그러던 중 게임회사 기획자로 일하던 친구가 “나랑 코딩 공부하자! 나 개발자로 취업할 거야!”라는 제안을 하는데..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6개월간 계속되는 영업에 넘어가 취업성공 패키지를 통해 국비지원 학원을 등록하게 됩니다.

1. 국비지원 학원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원을 알아볼 때는 상담, 포트폴리오 확인, 이전 학원생들의 취업처, 학원의 유명세 등등.. 여러 가지를 확인하여 등록해야 하지만, 저의 경우 연말이었던지라 수강할 수 있는 강의가 거의 없음 + 알아보기 귀찮음 콤보로 강남의 한 학원을 바로 등록합니다.

6개월간의 수업이었는데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고 실제로 반에서는 꽤 잘하는 편에 속했습니다.
수업 후 스터디를 이끌며 다른 수강생들의 질문을 받아주기도 했고 마지막 날 우수 수료생 확인서(…)까지 받았었거든요.

취성패 학원 수강 완료!

수료 후 '취업 잘할 수 있겠지?' 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사람인에서 이력서를 넣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6개월 공부한 걸로 취업이 잘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연락이 오는 회사들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초해져 처음에는 조건을 재보며 넣던 이력서를 한 달이 지나자 ‘JAVA 개발자, 경력 무관, 신입’ 조건만 있으면 전부 넣어서 더 이상 이력서를 넣을 회사가 없을 때까지 넣었고 그 이후 연락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연락이 오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SI 회사였는데 면접을 가면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딴 말 할거면 그냥 나를 부르지마...

“비전공자라 안 부르려고 했는데.. 그래도 한번 불러봤어요. 연봉은 2천 중반 또는 그 아래에요^_^”


농담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봤던 면접마다 들었던 말이고, 계속해서 듣게 되니 면접관 목을 조르고 싶어 지게 만들어지더군요.
(심지어 나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당신은 평균수명 넘으면 자살할 겁니까? 내가 아동복 모델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사원수가 많고 잡플래닛 후기가 ‘그나마’ 괜찮은 회사로 취업하게 됩니다.

2. 첫 IT 회사와 이직 준비의 시작

중소기업이지만 사원수 60명 이상에 잡플래닛 후기가 그래도 2점은 간당간당 넘는 SI 회사.
1년 정도 경력을 쌓으며 공부 후 이직하자! 는 생각으로 입사 후 패스트캠퍼스에서 컴퓨터 전공 기초, 알고리즘 강의를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평생 수강의 힘이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법


퇴근 후에는 항상 휴식을 핑계로 놀고 있던 저에게 회사 동기는 레파지토리를 추천해주게 되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직의 길을 걷게 됩니다.(사랑해요 JE)

https://github.com/f-lab-edu/food-delivery


추천받은 레파지토리는 ‘네이버 & 카카오 동시 합격’ 레파지토리로, 거기서부터 F-Lab 멘토링을 알게 되고 며칠간의 고민 끝에 동기와 함께 멘토링 상담을 받게 됩니다.

첫 상담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의정부역 스타벅스에 메종키츠네 옷을 입고 구석 자리에 앉아 계시던 멘토님..(왜 이런게 생각나는거지..)
“스프링은 왜 사용할까요?” “객체지향이란 무엇일까요?” 등등…
처음 들어보는 질문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상담을 받기 전에는 금액이 비싸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상담을 하다 보니 방금 받은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난 앞으로도 이 상황에서 못 벗어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F-Lab을 신청하게 됩니다.

3. F-Lab 멘토링

멘토링의 경우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주일간 스스로 공부를 하면 멘토링 시간에 멘토님께서 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저는 대답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 읽었던 책이 자바의 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을 대충 읽어간 저는 첫 시간부터 질문 폭탄에 마음으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화상 수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누구도 제 표정을 보지 못했겠지만.. 멘토님께서 질문하실 때마다 모니터 너머에서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써보는 F-Lab 수강 후기

장점

수업을 통해 지식을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도록 한다.
처음 제가 다녔던 국비지원 학원이나 이후 수강한 인강의 경우 답을 알려주고 그대로 외우는 것에서 끝났지만, 멘토링의 경우 수업을 해주지도 않고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단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지금 시점에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도움을 줍니다. 제가 틀린 대답을 하게 되면 멘토님께서는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했나요? 왜 그럴까요?' 라고 질문을 던지셨고 저는 그에 대해 계속 공부하며 성장해나가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그냥 답을 알려줘도 좋았겠지만 답을 그냥 들었으면 저는 또 까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겠죠...

질문을 통한 멘토링 시간..으로 자연스러운 면접 준비?!
이걸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면접을 잘 보지 못하는 저는 장점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추가했습니다.
멘토링의 경우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식으로 멘토링 시간이 이어집니다.
저는 사람들 앞에서, 특히 면접에서 말을 잘 못하는데(mbti I 92% 인간) 첫 면접이 잡혔을 때 면접스터디라도 나가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멘토님께서는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특별히 시간 내서 스터디를 참가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 같다 하셨고.. 귀찮음이 많아 스터디를 알아보기도 귀찮았던 저는.. 그 말에 면접 연습 없이 첫 면접에 참가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면접 연습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긴장 속에 본 첫 면접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성공적이었습니다. 멘토링 시간에 자주 들었던 ‘왜 그럴까요?’ 질문에도 무리 없이 대답하고 오히려 멘토님과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게 면접을 볼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운영되는듯한 질문에 대한 답변
회사를 다니다 보니 늦은 시간 PR을 올리거나 질문글을 보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에 상관없이 늦어도 2~3시간 안에는 답변이 오곤 했습니다.
잠을 안 주무시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새벽에도 답장이 빠르게 오다 보니 궁금한걸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단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번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이렇게 되었을 거 같으니 등등.. 한 가지 기술에도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공부하기 때문에 책 한 권을 공부하는데도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제가 기초가 없어서 더 오래 걸린 것도 있지만, 빠르게 취업을 하고 싶다면 다른 방법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하면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물론 멘토님께서 중간중간 격려를 해주시고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해주시긴 하지만, 만약 제가 혼자 멘토링을 진행했다면 분명히 포기했을 거 같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동기와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동기가 제 멱살을 잘 잡고 끌어줬지만 아무래도 저처럼 귀찮음이 많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중도하차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본인이 포기를 잘하는 성격이라면 의지가 강한 친구와 함께 등록하거나 다른 수강생과 팀을 이루어 수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진짜 사랑해요 JE)


글 쓰기 시작했을 때는 쓰고싶은 말이 더 많았는데.. 쓰다보니 기억이 희미해지네요..

아무튼 이렇게 멘토링을 하던 중 저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마주하게 됩니다.

4. 본격적인 이직 준비

앞서 남은 병원 퇴사 후 적금통장이 있다고 했는데 취성패를 하는 동안은 알바를 많이 할 수가 없어 야금야금 깨 먹고, SI 회사 취업 후에는 190도 안 되는 적은 월급에 멘토링 비용을 내고, 집에 생활비를 주고, 개인적으로도 쓰다 보니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환승 이직을 하고 싶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월급이 조금씩 밀리던 회사가 아예 월급을 미지급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밀리고 나니 회사에서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있지 않은 인력들에게 퇴직금 줄 테니 권고사직 해 라고 해버리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도 퇴직금을 받고 권고 사직서를 쓰게 됩니다. 자세하게 쓰지는 않겠지만 중간에 여러 사건, 사고들이 많았고 지금 생각해도 양아치 새끼들임.. 양심 우주여행 보냈냐?

퇴사 후 슬슬 원티드에서 이력서를 넣게 되는데 이럴 수가.. 생각보다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일단 이전 회사 경력이 1년이 안된다는 점과, 1년짜리 경력직을 뽑는 곳이 많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신입을 많이 뽑는 것도 아니었구요.

그리고 후기 글이니까 쓰는거지만 고3 때부터 쉬지 않고 알바에, 대학 졸업 후, 심지어 취성패 기간에도 일을 해서 1달 이상 쉬어본 적 없던 내가 퇴사하고 4개월 동안 수입이 없다..? 매일 밤마다 술 생각을 하며 잠들었을 정도였습니다. (생각은 했지만 돈이 없어서 못 마셨..)

5. 최종 합격!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아무튼 버티다 보며 이력서를 넣다 보니 멘토링을 하며 진행했던 포트폴리오 덕분에 생각보다 서류 통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면접과 탈락을 반복하던 중 한 회사에 최종 합격하게 됩니다.

구직을 그만두고 2개월이 지난 지금 찍어서 불합격 93으로 뜨긴하지만.. 중요한것은 최종 합격 아니겠습니까^0^

그토록 원하던 서비스 기업! 거기에 연봉도 높지는 않지만 원하는 선!
그렇게 멘토링 시작 정확히 1년 만에 SI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의 이직을 성공하게 됩니다.

현재 입사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 모두 모난 사람 없이, 분위기나 환경도 정말 마음에 드는 회사입니다. 소처럼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누군가 보기에는 멀쩡히 하던 일 때려치고 2년 동안 쓸데없는 짓 하는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시작이었고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을 그만두고 2년동안 여기까지 오는데 버틸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고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 공부해온 JE, 저녁마다 기분전환시키고 맛있는 거 사주던 친구들, 그리고 멘토링 자체도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취업 상담과 멘탈 케어도 함께 해주셨던 멘토님..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서 멋진 백엔드 개발자로 경력을 쌓아 나가겠습니다^0^

F-Lab 바로가기